<미성년자에 대한 생활자금 대출상환의무 부과 사건>
헌법재판소는 1. 2024년 4월 25일 재판관 5(기각):4(인용) 의견으로, 청구인 강□□의 구‘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1999. 6. 30. 대통령령 제16463호로 전부개정되고, 2000. 12. 27. 대통령령 제170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 제2호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기각]
이에 대하여 위 조항은 유자녀의 아동으로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반대의견이 있다.
2.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인 강○○의 심판청구를 각하하였다. [각하]
□ 사건개요
1. 청구인들의 아버지는 이혼 후 청구인들을 혼자 양육하던 중 1996. 7. 10. 자동차사고를 당하여 중증후유장애를 입게 되었다. 청구인들의 아버지가 위 사고로 후유증을 앓게 되어 숙모가 1년 남짓 청구인들을 양육하였고, 그 후에는 청구인들의 어머니가 청구인들을 양육하였다. 청구인들의 아버지는 2001. 12.경 뇌손상 등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약 6년 뒤인 2007. 6.경 퇴원하였으나 2008. 12.경 사망하였다.
2. 청구인들은 아버지가 2000. 3. 29. 유자녀(幼子女) (유자녀의 의미: 자동차사고로 사망하거나 중증후유장애를 입은 사람의 자녀로, 18세 미만(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의 경우에는 20세 이하인 자 포함)의 자이다.)
의 법정대리인 자격으로서 청구인들 명의로 신청한 유자녀 생활자금 대출의 지원대상자로 선정되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각각 대출금 1,975만 원 및 2,475만 원을 그들 명의의 계좌로 지급받았다.
3. 청구인들은 30세가 되어 위 대출사업에서 정한 상환기간이 개시되자, 자신들이 어렸을 때에 아버지가 대출을 신청한 것이므로 자신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대출금이 자신들을 위해 사용된 적이 없는 등을 이유로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침해를 주장하며, 자동차사고로 인한 사망자 내지 중증후유장애인의 유자녀를 위한 생활자금 대출 및 상환의무에 관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 제2호, 구 ‘자동차사고 유자녀등 지원업무처리에 관한 규정’ 제20조, 제22조, 제25조에 대하여 2021. 4. 26.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유자녀 생활자금 대출금의 상환의무를 대출신청자(법정대리인) 아닌 유자녀에게 부과하는 부분의 위헌성에 대하여만 다투고 있으므로, 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조항 중 장학금의 지급에 관한 부분, 그리고 구체적인 상환방법과 연체 시 지연배상금의 이율 등에 관한 건설교통부 예규 규정인 구 ‘자동차사고 유자녀등 지원업무처리에 관한 규정’ 제20조, 제22조, 제25조는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1999. 6. 30. 대통령령 제16463호로 전부개정되고, 2000. 12. 27. 대통령령 제170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중 ‘유자녀의 경우에는 생계유지 및 학업을 위한 자금의 대출’ 부분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1999. 6. 30. 대통령령 제16463호로 전부개정되고, 2000. 12. 27. 대통령령 제170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지원의 기준 및 금액) ① 법 제26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정부지원의 기준은 다음 각호와 같다.
2. 유자녀의 경우에는 생계유지 및 학업을 위한 자금의 대출 또는 장학금의 지급
□ 결정주문
1. 청구인 강○○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2. 청구인 강□□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 이유의 요지
● 적법요건(청구기간) 준수 여부 - 일부 청구인 소극
○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행정소송법 제20조 제2항에 의하여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청구기간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적법하다(헌재 2020. 12. 23. 2017헌마416 참조). 다만, 그 경우에도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의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이라는 청구기간 내에 심판청구가 가능하였다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때로부터 9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하고, 이 경우 그 청구기간을 지키지 못하였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아니한다(헌재 2001. 7. 19. 2001헌마335 참조).
○ 청구인들의 아버지가 위 대출을 신청할 당시 청구인들은 만 9세, 만 8세였으므로, 그 당시에 상환의무의 존재를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들이 기본권 침해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이라는 청구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
○ 그러나 청구인 강○○는 2020. 10.경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받았던 돈이 무상지원이 아닌 대출금이라는 사실 및 채무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청구인 강○○는 그로부터 90일이 지나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으므로, 청구기간을 준수하지 못하였다.
○ 반면, 청구인 강□□은 2021. 1. 27.경에 비로소 그 사유를 알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그보다 전에 자신의 계좌로 지급된 생활자금이 대출금이었음을 알고 있었음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따라서 청구인 강□□은 그로부터 90일 이내에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으므로, 청구기간을 준수하였다.
● 아동으로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침해 여부 - 소극
○ 국가는 헌법 제36조 제1항, 제34조 제4항에 따라 가족생활을 보장하고,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유자녀는 18세 미만의 자로서 우리나라가 비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1991. 12. 23. 조약 제1072호, 이하 ‘아동권리협약’이라 한다) 및 아동복지법에서 정의하는 ‘아동’에 속하는 집단이고, 국가가 아동에 관한 복지정책을 실시할 때에는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입법형성권의 한계가 존재한다.
○ 심판대상조항이 상환의무를 부과하는 대출의 형태로 유자녀의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은 유자녀가 향후 독립적인 생계를 위한 소득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인 30세 이후에는 자금을 회수하여, 한정된 재원을 가급적 많은 유자녀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유자녀 생활자금 대출사업은 자동차 책임보험 가입자들이 보험회사에 납부하는 책임보험료의 일부를 재원으로 하는 이상, 재원이 고갈될 경우 신규 대상자들에 대한 지원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 유자녀는 이러한 자동차사고 피해지원사업과 별도로 국가에서 마련한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유자녀는 차상위계층 또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일정 소득 이하의 가구에 속하는 사람이므로 구 생활보호법이나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각종 생계·의료 등의 급여 제도에 따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심판대상조항이 유자녀에게 상환의무를 지우고 있는 것은 유자녀에게 대출금이 지급되며, 이는 유자녀의 생활 곤란을 위해 사용될 것임이 예정된 금전이기 때문이다. 대출신청자인 친권자 내지 후견인(이하 약칭할 경우 ‘법정대리인’이라 한다)은 자동차사고의 피해자 본인 내지 그의 배우자이면서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 등 요건을 충족하는 자에 한정되므로, 대출신청자로부터 대출금 상환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 실제로 만기에 도달하여 상환의무가 개시된 대출금이 회수되는 규모는 상환대상금액 대비 약 50%에 불과하였던 시기(2010년대)도 있었으나, 근래에 들어와서는 상환대상금액 대비 미수금이 약 8%(2023년 9월) 정도로 근소한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대출 제도를 마련할 당시 전제하였던 유자녀의 잠재적 상환능력에 대한 평가가 현저히 부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 심판대상조항에 따르면 대출을 신청하는 자는 친권자 내지 후견인인 반면,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유자녀로서 이러한 이원화구조를 취함에 따라 법정대리인과 유자녀 간의 이해충돌이라는 부작용이 일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이유로 생활자금 대출 사업 전체를 폐지하면, 대출로라도 생활자금의 조달이 필요한 유자녀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게 될 수 있다.
○ 이를 비롯하여 유자녀에 대한 적기의 경제적 지원 목적 달성 및 자동차 피해지원사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의 중요성, 대출 신청자의 이해충돌행위에 대한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각종 일반적 구제수단의 존재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 강□□의 아동으로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평등권 침해 여부 - 소극
○ 자동차사고를 당한 본인인 중증후유장애인과 그의 가족인 유자녀 및 피부양가족은 모두 가족관계에 있으면서 자동차사고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를 겪는 자임은 동일하나, 잠재적 상환가능성에서 차이가 있다.
○ 유자녀는 비록 대출금이 지급되는 시기에는 아직 18세 이하의 아동으로서 상환능력이 없었으나, 30세에 도달하고 나서부터는 장애 등을 입은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일반적으로 독자적인 소득활동을 통해 상환능력이 있을 것으로 예견되는 집단이다.
○ 반면, 중증후유장애인, 피부양가족(65세 이상의 고령인 사람으로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수급자 내지 차상위계층인 사람)은 각각 상환능력이 없는 상태가 장래에도 계속적으로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 따라서 자동차사고 피해지원사업의 재원 회수가능성을 고려하여 잠재적으로나마 상환능력이 장래에는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자녀에게는 상환의무 있는 형태인 대출로 생활자금을 지급하고, 중증후유장애인과 피부양가족에게는 상환의무가 없는 재활보조금·생계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유자녀만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이다.
□ 반대의견(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
○ 헌법은 제34조 제4항에서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아동권리협약은 당사국은 가능한 한 최대한도로 아동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제6조 참조),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하여, 그리고 사회에서 한 개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되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서문 참조).
○ 아동의 부양과 양육은 일차적으로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이지만, 국가에게도 아동의 부양과 양육에 대한 과제와 의무가 있다(헌재 2000. 4. 27. 98헌가16등 참조). 그렇기에 빈곤 등으로 부모에 의한 아동의 양육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위하여 지원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국가의 아동에 대한 책임은 간과되거나 경시되어서는 안 된다.
○ 유자녀는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자신에 대한 양육 비용을 국가에게 상환할 채무를 부담하기로 약속하고 자금을 지원받는 것인바, 이는 국가가 부 또는 모가 사망하거나 중증장애인이 되어 생계가 어려운 아동의 불확실한 미래 소득을 담보로 대출사업을 하는 셈이고, 이는 앞서 본 국가의 아동에 대한 부양과 양육의 책임과는 조화될 수 없는 것이다.
○ 비록 대출금을 실제로 사용한 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민사상의 구제수단을 통해 유자녀가 손해를 보전할 가능성은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머무르고 실제로 돌려받을 현실적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어 유자녀의 실질적인 구제방안으로는 미흡하다.
○ 국가의 재정여건이 한정되어 있었다는 점만으로는 위와 같은 아동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의 공백을 정당화할 수 없다. 유자녀의 생활자금까지도 무상지원함으로써 자동차사고 피해지원기금이 실제로 고갈된다면 국가는 책임보험료의 징수율을 인상하거나, 세금 등의 공적 자원을 투입하는 등으로 대처하여야 함에도, 국가가 이와 관련된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은 명백하다.
○ 따라서 부 또는 모에게 발생한 자동차사고로 인해 생계유지 및 학업에 도움이 필요한 유자녀의 양육과 부양에 필요한 비용을 유자녀를 채무자로 한 대출로 지원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유자녀의 아동으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
□ 결정의 의의
○ 이 사건에서는 친권자 또는 후견인(법정대리인)의 대출 신청으로 인하여 아동이 자신 명의의 계좌로 대출금을 지급받은 대신 성인이 된 30세 이후, 자신이 신청하는데 관여하지 않은 대출의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문제되었다.
○ 이렇게 생활형편이 어려운 계층에 대한 지원을 무상의 보조금이 아닌 대출형태로 한 것에 대해서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라는 기본권이 문제된다. 특히 유자녀는 물질적 생존뿐 아니라 인격발달을 위한 보호가 요청되는 등 특별한 집단인 ‘아동’(18세 미만의 자)에 해당하므로, 헌법재판소는 아동으로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 반하는지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다만, 법정의견은 유자녀에 대하여 적기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동시에 자동차 피해지원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유자녀 대출 상환의무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생계가 어려운 아동의 불확실한 미래 소득을 담보로 하는 대출사업은 국가의 아동에 대한 부양과 양육의 책임과는 조화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 유자녀 생활자금 대출금의 상환의무에 관하여 심리한 첫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