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 수신료 분리징수 사건>
헌법재판소는 2024년 5월 30일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한국방송공사로부터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할 때 그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사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은 청구인의 방송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하므로 심판청구를 기각하고, 위 시행령 조항 개정 과정에서의 입법예고기간 단축에 관한 심판청구는 각하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기각, 각하]
이에 대하여는 위 조항이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방송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반대의견과, 위 조항이 적법절차원칙, 신뢰보호원칙도 위반하여 청구인의 방송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개요
● 수신료 분리징수 경위
○ 청구인은 방송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공영방송 법인으로, 방송법에 의하여 텔레비전수상기(이하 ‘수상기’라 한다)를 소지한 자로부터 징수하는 월 2,500원의 텔레비전방송수신료(이하 ‘수신료’라 한다)를 주요 재원으로 하고 있다. 청구인은 방송법 제67조 제2항에 따라 한국전력공사에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하였고, 한국전력공사는 2023. 7. 12. 대통령령 제336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에 근거하여 자신의 고유업무인 전기요금 징수업무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수신료를 고지·징수하여 왔다.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결합하여 고지·징수하는 방식(이하 ‘통합징수’라 한다)은 1994년부터 시행되어 온 것이었다.
○ 대통령 비서실은 2023. 3. 9.부터 2023. 4. 9.까지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TV수신료 징수방식(TV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징수) 개선’에 대한 국민참여토론을 진행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3. 6. 5.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하였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2023. 6. 16. 방송통신위원회공고 제2023-50호로, 수신료의 징수를 전기요금과 결합하여 행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 일부개정령(안)을 의견제출기간은 2023. 6. 26.까지로 정하여 입법예고하였다.
● 2023헌마820 사건
○ 청구인은 2023. 6. 21. 위와 같은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개정절차 진행의 정지를 구하는 효력정지가처분(2023헌사672)을 신청한 뒤, 입법예고기간을 2023. 6. 26.까지 10일로 정한 입법예고가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 알 권리,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2023헌마862 사건
○ 방송통신위원회는 2023. 7. 5. 위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 일부개정령안을 심의·의결하였고, 위 개정령안은 2023. 7. 11.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같은 날 국무총리가 부서하고 대통령이 재가한 후 관보에 게재함으로써 개정절차가 완료되어 2023. 7. 12. 공포·시행되었다.
○ 이에 청구인은 2023. 7. 12. 방송법 시행령(2023. 7. 12. 대통령령 제33634호로 개정된 것) 제43조 제2항으로 인하여 방송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며, 위 시행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같은 날 청구인은 2023헌사672 사건 효력정지가처분의 신청취지를 변경하여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에 대한 효력정지를 구하는 예비적 신청취지를 추가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2023. 6. 16. 방송통신위원회공고 제2023-50호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중 ‘3. 의견제출’ 가운데 ‘2023년 6월 26일까지’부분 (이하 ‘이 사건 입법예고기간’이라 한다)과, ② 방송법 시행령(2023. 7. 12. 대통령령 제33634호로 개정된 것) 제43조 제2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방송법 시행령(2023. 7. 12. 대통령령 제33634호로 개정된 것)
제43조(수신료의 납부통지) ②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하여서는 안 된다.
□ 결정주문
1. 방송법 시행령(2023. 7. 12. 대통령령 제33634호로 개정된 것) 제43조 제2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 법정의견의 요지
● 이 사건 입법예고기간에 대한 판단
○ 이 사건 입법예고기간은 그 기간만료일 경과로 종료되었고, 입법예고된 심판대상조항이 시행되었으므로 이 사건 입법예고를 다툴 권리보호이익이 소멸하였다.
○ 청구인이 이 사건 입법예고기간에 대한 심판청구를 통하여 종국적으로 다투고자 하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인바, 청구인의 주장취지 및 권리구제의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본안 판단에 나아가는 이상, 이 사건 입법예고기간에 대하여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지 아니한다.
○ 따라서 이 사건 입법예고기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판단
1. 제한되는 기본권
○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수신료 징수방법을 제한하는 것으로, 청구인이 방송사 운영에 필요한 재무 관련 사항을 규제함으로써 방송운영의 자유를 제한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방송운영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법률유보원칙 위배여부 - 소극
○ 심판대상조항은 수신료의 구체적인 고지방법에 관한 규정인바, 이는 수신료의 부과·징수에 관한 본질적인 요소로서 법률에 직접 규정할 사항이 아니므로 이를 법률에서 직접 정하지 않았다고 하여 의회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 심판대상조항은 수신료의 징수를 규정하는 상위법의 시행을 위하여 수신료 납부통지에 관한 절차적 사항을 규정하는 집행명령이다. 집행명령의 경우 법률의 구체적·개별적 위임 여부 등이 문제되지 않고, 다만 상위법의 집행과 무관한 독자적인 내용을 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이 방송법 제65조, 제67조 제2항에 따라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하는 경우 그 구체적인 시행방법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에서 집행명령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입법재량의 한계 일탈 여부 - 소극
가. 공영방송의 재정적 독립의 요청 (심사기준)
○ 공영방송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다양하고 민주적인 여론을 매개하고, 공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며, 사회·문화·경제적 약자나 소외계층이 마땅히 누려야 할 문화에 대한 접근기회를 보장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하는 기능을 수행하므로 우리 헌법상 그 존립가치와 책무가 크다.
○ 청구인이 공영방송사로서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균형 있고 공정하게 방송하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아울러 언론자유의 주체로서 방송의 자유를 향유하기 위하여서는 국가권력 및 특정한 사회 세력으로부터 그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공영방송사의 독립성은 그 조직구성과 재원조달 측면에서 관철되어야 하는바, 특히 재원조달과 관련하여서는 청구인이 그 방송프로그램에 관한 자유를 누리고 국가나 정치적 영향력, 특정 사회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적정한 재정적 토대가 확립되어야 한다.
○ 심판대상조항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준수하였는지 여부는, 그 내용이 청구인이 공영방송의 헌법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재정적 독립성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즉,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수신료의 징수방법으로 인하여 청구인이 적정한 재정적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 검토
○ 심판대상조항은 수신료의 통합징수를 금지할 뿐이고, 수신료의 금액이나 납부의무자, 미납이나 연체 시 추징금이나 가산금의 금액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므로, 규범적으로 청구인의 수신료 징수 범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없다.
○ 공법상 의무인 수신료 납부의무와 사법상 의무인 전기요금 납부의무는 분리하여 고지·징수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식이고, 미납이나 연체된 수신료에 대한 추징금 및 가산금의 징수 및 강제가 가능하며, 지난 30년간 수신료 통합징수 시행을 통하여 수상기 등록 세대에 대한 정보가 확보된 점, 30년 전 통합징수가 실시되기 이전과는 달리 현재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각종 요금의 고지 및 납부 방법이 전산화·다양화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곧 청구인의 재정적 손실이 초래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 통합징수방식이 공영방송의 재원에 기여한 측면은 있으나,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통합징수방식으로 인한 수신료 과오납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고, 청구인은 필요시 수신료 외에도 방송광고수입이나 방송프로그램 판매수익, 정부 보조금 등을 통하여 그 재정을 보충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은 공영방송의 기능을 위축시킬 만큼 청구인의 재정적 독립에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없다.
○ 다만, 수신료 외의 방송광고수입이나 국가 보조금의 비율이 증가할수록 사인이나 국가에 의한 영향력이 증가하여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점에서, 향후 수신료에 의한 재원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공론화 및 여론의 수렴을 통하여 입법부가 수신료의 증액이나 징수 범위 등을 개선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4. 적법절차원칙 위배 여부 - 소극
○ 심판대상조항의 개정 절차를 살펴보면,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신속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법제처장과 입법예고기간을 10일로 단축할 것을 협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행정절차법 빛 법제업무 운영규정에 따른 것으로 절차상 위법한 내용이 없다.
○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도 재적위원 3인 중 2인의 찬성으로 의결이 된 것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상 절차를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 심판대상조항은 법률에서 정하는 수신료 징수방법의 절차를 구체화하는 것으로서, 규제의 신설이나 강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규제영향분석 대상도 아니므로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5. 신뢰보호원칙 위배여부 - 소극
○ 개정 전 법령이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통합하여 징수하는 방식만을 전제로 하였다거나 그러한 수신료 징수방식에 대한 신뢰를 유도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청구인과 한국전력공사 간 TV 방송수신료 징수업무 위·수탁 계약서도 관련 법률의 개정 등 사유를 예정하고 있는 점,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이 징수할 수 있는 수신료의 금액이나 범위의 변경은 없고 수신료 납부통지 방법만이 변경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이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 반대의견(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 심판대상조항은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한다.
○ 심판대상조항은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하는 경우 통합징수를 금지하여 청구인의 방송운영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상위법령의 위임을 요하는 위임명령에 해당한다.
○ 방송법은 청구인의 수신료 징수업무의 위탁을 허용하면서, 청구인이 수탁자로 지정할 수 있는 자의 범위나 징수업무 위탁 시 구체적인 징수방법 등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그러한 사항을 하위법령이 정하도록 위임하는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으로부터 징수업무를 위탁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경우에 통합징수라는 특정의 징수방법을 금지하는 것은 청구인의 방송운영의 자유를 법률의 근거나 위임 없이 제한하는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방송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
□ 반대의견(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 심판대상조항은 나아가 적법절차원칙, 신뢰보호원칙도 위반한다.
○ 이 사건 입법예고기간은 국민 및 이해관계인이 해당 입법안에 대해 심사숙고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조차 부여하지 않아 사실상 입법예고를 생략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예고의 생략에 관한 행정절차법 제41조 제1항 각 호의 예외사유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방송사 운영에 필요한 재무 관련 사항을 규제하는 것으로, 국가가 특정한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사항을 신설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법령안에 대하여는 규제영향분석을 하고 규제영향분석서를 작성하여 입법예고 기간 동안 국민에게 공표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절차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
○ 심판대상조항을 시행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수신료 분리징수의 강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달성할 수 있는 반면, 30여 년간 일관되게 시행되어 온 통합징수제도를 신뢰하고 이를 전제로 각종 재정적 제한을 감수하여 온 청구인에 대하여 다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분리징수제도를 갑자기 시행함으로써 청구인이 일방적으로 입게 되는 재정적 불이익과 그에 따른 공영방송으로서의 중립성, 독립성, 지속가능성의 훼손 우려는 매우 중대하여, 심판대상조항은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적법절차원칙, 신뢰보호원칙도 위반하여 청구인의 방송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
□ 결정의 의의
○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수신료의 분리징수를 규정하는 심판대상조항이 법률유보원칙, 적법절차원칙,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지 않고,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아 청구인의 방송운영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 헌법재판소는 공영방송이 민주적인 여론을 매개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며, 사회·문화·경제적 약자나 소외계층이 마땅히 누려야 할 문화에 대한 접근기회를 보장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하는 기능을 수행하므로 우리 헌법상 그 존립가치와 책무가 크고, 이러한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영방송의 재정적 독립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 심판대상조항에 관하여 수신료 납부통지 방법의 변경은 공영방송의 기능을 위축하거나 축소시킬 만큼 청구인의 재정적 독립에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 2023헌사672 효력정지가처분 사건은 같은 날 기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