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죄 사건>
헌법재판소는 2024년 7월 18일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제298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합헌]
□ 사건개요
○ 청구인은 텔레그램 ‘박사방’ 조직의 총괄 책임자로,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의 범죄사실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청구인은 위 형사재판 계속 중 형법 제298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위 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결정주문
○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이유의 요지
1.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2020. 6. 25. 2019헌바121 결정 등에서,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일반적으로 폭행이라 함은 거칠고 사나운 행동으로서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고, 협박은 타인에게 겁을 주는 등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러한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와 더불어 강제추행죄는 형법상 대표적인 성범죄의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행은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그 사람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 일체를 뜻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2) 대법원은 상대방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추행하는 경우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을 요한다고 하는 한편, 폭행 또는 협박으로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강제추행죄에 포함되며 이때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필요로 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에서 말하는 폭행 또는 협박의 형태와 정도를 추행의 유형에 따라 구체화하고 있다. 또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데,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고 하는 등, 강제추행죄와 관련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고 있다.
(3)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의 문언이 가진 뜻, 입법목적이나 취지, 성범죄와 관련한 법규범의 체계 등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작용으로써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개인의 인격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강제추행의 피해자는 심각한 정신적·정서적 장애를 경험하거나 그 후유증으로 말미암아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추행행위는 다양한 장소에서 언제든 예상치 못하게 일어날 수 있어 이를 방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일상생활 영역 내에서 발생할 수도 있어 그 피해가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이처럼 강제추행죄는 그 죄질이 나쁘고 피해를 돌이키기 어려우며 가해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 또한 상당히 높다. 심판대상조항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강제추행행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그와 같은 목적 달성에 이바지하는 적합한 수단이 된다.
(2) 심판대상조항이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에 해당하는 경우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임을 전제로 하는 이상, 단지 이를 가지고 곧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다고 할 수는 없다.
(3)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상한을 비교적 높게 설정하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행위 태양이나 불법의 정도, 행위자의 죄질 등에 비추어 무거운 처벌이 필요할 수 있고, 더구나 그 형의 하한에는 제한을 두지 아니하고 있어 행위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에 의해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사람의 불이익이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선례 변경의 필요성 여부
○ 앞서 살펴본 헌재 2020. 6. 25. 2019헌바121 결정 이후 대법원은, 『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유형(이른바 폭행·협박 선행형)의 강제추행죄에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한 종전 견해를 일부 변경하였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위 대법원 판결은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과 보호법익, 종래의 판례 법리의 문제점, 성폭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따라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서, 이러한 해석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나 입법취지, 법질서 전체 및 다른 조항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따라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위 헌법재판소 선례를 변경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 결정의 의의
○ 이 결정은 2019헌바121 결정 이후 대법원이 심판대상조항의 ‘폭행 또는 협박’에 관한 종전의 견해를 일부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의 판단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나 입법취지, 법질서 전체 및 다른 조항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는 이상,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선례를 변경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