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망사건의 피해아동 보도 사건>
헌법재판소는 2025년 12월 18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아동학대 사망사건 피해아동의 사진 등을 방송 보도한 청구인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었다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청구인에게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보도금지의무위반) 혐의가 성립함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이유로 해당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인용]
□ 사건개요
○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21. 1. 2. ‘정인이는 왜 죽었나, 271일간의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 편, 2021. 1. 23.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할 길’ 편(이하 두 편의 방송을 통칭하여 ‘이 사건 방송’이라 한다)을 방영하였다. 청구인은 SBS 방송사 시사교양국 소속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의 담당 프로듀서이고, 이 사건 방송의 편집을 총괄하였다.
○ 청구인은 이 사건 방송이 16개월경 아동학대로 사망한 피해아동의 얼굴과 생년월일 등을 그대로 노출시킨 사실로 고발되어, 피청구인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로부터 2023. 6. 23.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보도금지의무위반) 혐의에 관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 청구인은 2023. 9. 20.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결정주문
○ 피청구인이 2023. 6. 23. 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23년 형제4253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 관련조항
○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6. 5. 29. 법률 제14172호로 개정된 것)
제35조(비밀엄수 등의 의무) ② 신문의 편집인·발행인 또는 그 종사자, 방송사의 편집책임자, 그 기관장 또는 종사자, 그 밖의 출판물의 저작자와 발행인은 아동보호사건에 관련된 아동학대행위자, 피해아동, 고소인, 고발인 또는 신고인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용모, 그 밖에 이들을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을 신문 등 출판물에 싣거나 방송매체를 통하여 방송할 수 없다.
제62조(비밀엄수 등 의무의 위반죄) ③ 제35조 제2항의 보도 금지 의무를 위반한 신문의 편집인·발행인 또는 그 종사자, 방송사의 편집책임자, 그 기관장 또는 종사자, 그 밖의 출판물의 저작자와 발행인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 이유의 요지
○ 구성요건 해당 여부(적극)
-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라 한다) 제35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은 피해아동의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을 보도하는 것을 금지하여 피해아동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며 그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으로 ‘생존’한 피해아동을 보도하는 경우에만 한정된다고 할 수 없으며, 이 사건 방송은 방송사의 편집책임자가 아동보호사건에 관련된 피해아동의 나이, 인적 사항이나 사진 등을 방송매체를 통하여 방송한 경우이므로 이 사건 조항이 정한 구성요건에는 해당한다.
○ 정당행위 성립 여부(적극)
- 어떠한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의한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이 사건 방송은 피해아동을 추모하고, 이 사건 아동학대 범죄의 정확한 사실관계에 상응하여 가해자가 당시 기소된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니라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함을 주장하며, 수차례 아동학대신고가 있었고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으면 학대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수사기관 등 관련기관을 비판하여 후속 조치와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 가해자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 방송은 피해사실을 그대로 전달하여 시청자들이 직접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하고 전문가의 검증을 받았다. 가족관계나 학대 경위를 설명하는 외에 주변인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흐린 화면으로 처리하였다. 이와 같은 피해아동의 상황, 이 사건 방송이 이루어진 경위와 구체적 보도 내용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의 행위는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상당성·적합성이 인정된다.
- 피해아동이 사망하여 이 사건 조항의 보호법익인 ‘피해아동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기본적 목적은 달성할 수 없게 되었다.
피해아동이 사망한 경우라 하더라도, 피해아동의 사적 영역이 무분별하게 폭로되거나 그의 생활상이 왜곡되는 것을 막고, 끔찍한 피해를 당한 모습으로 박제되어 대중에게 기억되지 않도록 피해아동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과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편견을 확대재생산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있으나, 이 사건 피해아동의 나이, 피해 경위 및 사진과 동영상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의 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피해아동에 관하여 그 사적 영역이 무분별하게 폭로되거나 생활상이 왜곡될 가능성,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이미지로 소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이고, 실제 결과도 그렇게 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아동학대 사건에 관한 사회적 편견을 확산시켰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방송은 피해아동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사건의 진상이 충분히 조사되고 규명되어 가해자가 책임에 부합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아동학대로 사망한 피해아동의 입장에서 가장 큰 이익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 유족의 의사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요소일 것인데, 입양 전 피해아동을 돌본 위탁가정의 위탁모는 피해아동을 추모하고 아동학대의 전모가 정확히 밝혀지기를 원하면서 피해아동의 입양 전 모습을 공개하는 데 적극 협조한 사실도 있다.
또한, 이 사건 방송은 지속적,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아동학대범죄의 잔혹성을 고발하고, 가해자의 범행 내용에 부합하는 처벌을 촉구하는 한편, 아동학대범죄의 예방 방안 등을 공론화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제작되었음이 인정됨과 동시에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행사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이 사건 방송 후 가해자는 살인죄가 유죄로 인정되어 형이 확정되었고, 아동학대범죄의 예방 및 처벌에 관한 법령이 정비되는 등 후속조치 및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졌으며, 이 사건 방송은 복수의 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침해이익과 보호이익 사이의 법익균형성도 인정할 수 있다.
- 이 사건 방송의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필 때, 이 사건 방송이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방송은 정당행위에 해당하며 위법성이 조각된다.
□ 결정의 의의
○ 아동학대사건의 피해아동의 사진이나 인적사항 등의 보도는 금지되나, 이 사건 방송의 경위와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피면 그 보도에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이 인정되고, 해당 보도가 오히려 피해아동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로,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행사로서의 의미에 비추어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 그럼에도 청구인의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보도금지의무위반)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처분은 정당행위에 관한 중대한 법리오해 또는 수사미진에 의한 것으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보아 헌법재판소는 해당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