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헌재 2025. 12. 18. 2024헌나7 경찰청장(조지호) 탄핵>
이 사건은 피청구인 경찰청장 조지호가 2024. 12. 3.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봉쇄하고 출입을 통제하였으며, 위 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및 수원 선거연수원에 경찰을 배치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배하였으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한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
【사건의 배경】
(1) 대통령(이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행위 당시 직책을 기재한다) 윤석열은 2024. 12. 3. 22:27경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이하 2024. 12. 3.자 비상계엄을 ‘이 사건 계엄’이라 한다). 대국민담화의 내용은 ‘대한민국은 야당의 탄핵과 특검,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이 마비된 상태이며,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윤석열은 육군참모총장 박안수를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였고, 박안수는 같은 날 23:23경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이하 ‘이 사건 포고령’이라 한다)를 발령하였다.
(2) 2024. 12. 4. 01:02경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5차 본회의에서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재석 190인 중 찬성 190인으로 가결되었다. 대통령 윤석열은 2024. 12. 4. 04:20경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을 해제하겠다는 내용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였고, 같은 날 04:29경 국무회의에서 이 사건 계엄 해제안이 의결되었다.
(3) 김용민 의원 등 170인은 피청구인이 대통령 윤석열의 내란행위에 가담하는 등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였다는 이유로 2024. 12. 10.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였다.
【심판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경찰청장 조지호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는지 여부 및 파면 결정을 선고할 것인지 여부이다.
【결정의 주요내용】
1. 피청구인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는지 여부
가. 이 사건 계엄 당시 국회 봉쇄 및 출입 통제에 대한 판단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 선포 전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윤석열로부터 탄핵과 특검 추진, 예산 삭감 등에 관한 국회의 활동을 문제 삼는 말과 함께, 비상계엄을 선포할 것이고 군인들이 국회를 비롯한 여러 곳에 갈 것인데 경찰이 국회 통제도 잘 해 달라는 말을 들었고, 국방부장관 김용현으로부터 군인들의 출동 시각과 장소를 의미하는 문서를 받았다.
이 사건 계엄이 선포된 뒤 피청구인과 서울특별시경찰청장 김봉식은 경찰 300여 명을 국회 출입문을 중심으로 배치하였고,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2024. 12. 3. 22:48경부터 국회 출입이 전면 차단되었다. 이후 피청구인은 헌법상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 등이 있음을 확인하고 국회 상시 출입자의 출입은 허용하였다.
그러나 계엄사령관 박안수가 2024. 12. 3.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이하 ‘이 사건 포고령’이라 한다)를 발령하자,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하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같은 날 23:37경부터 2024. 12. 4. 01:45경까지 국회 출입이 재차 전면 차단되었다. 이로 인하여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시키기 위하여 국회로 모이던 국회의원들 중 일부는 담장을 넘어가야 했거나 아예 들어가지 못하였고, 국회 본회의도 지연되었다.
피청구인은 대통령 윤석열이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타개할 의도로 군을 국회에 투입하려고 한다는 것과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회에 경력을 투입하여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차단하였다. 이는 대통령 윤석열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실행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 제77조 제5항,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되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등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및 수원 선거연수원에 경찰을 배치한 것에 대한 판단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은 이 사건 계엄 선포 직후 피청구인에게 전화로 수사요원 지원 요청과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라 한다) 관악청사, 과천청사, 수원 선거연수원에 갈 것이라고 말하였고, 피청구인은 2024. 12. 3. 22:41경 경기남부경찰청장 김준영에게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 청사의 출입을 통제하라는 취지로 지시하였다. 이에 위 청사들에 경력이 배치되어 출입 통제를 하다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부터 순차로 철수하였다.
피청구인은 안전가옥 회동을 통해 대통령 윤석열이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병력을 동원하여 타개할 의도로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한다는 것과 국회 등에 군이 투입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과의 통화를 통해 수사를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라 한다)에 군이 투입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안전가옥 회동에서 대통령 윤석열이 거론한 국회와의 대립 상황 등이 헌법의 규정 또는 국가긴급권의 본질상 비상계엄을 정당화할 수 없는 사정임은 분명한바,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에 따라 군이 수사를 위하여 선관위에 투입되는 경위의 적법성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계엄군이 출동할 기관인 중앙선관위 청사에 경력을 배치하여 출입을 통제하도록 하였다. 그 사이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들은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에 대하여 영장 없는 압수·수색을 하였고,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군인들 역시 경찰의 협조를 얻어 위 청사 내부로 진입하였다.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위헌·위법한 이 사건 계엄에 따라 선관위에 진입한 군을 지원하여 선관위의 직무 수행과 권한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다.
다. ‘2024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의 폭동 유도 여부 및 집회 제한에 대한 판단
2024. 11. 9. 개최된 ‘2024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고, 일부 참가자들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으며, 위 집회에 대한 해산절차가 진행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청구인이 위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 또는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체포에 관여하였다거나, 이 사건 계엄의 선포를 정당화할 조건을 만들려는 의도로 경찰과 집회 참가자 간의 충돌을 유도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2. 피청구인을 파면할 것인지 여부
가.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여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를 천명하고, 이를 구체화한 경찰법 제5조는 경찰청장을 비롯한 모든 경찰에게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공정과 중립을 지킬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경찰법과 국회법은 경찰청장이 공정과 중립을 지키며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경찰청장은 단순히 대통령 등의 지시를 그대로 집행하는 지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휘·감독하는 경찰의 직무 수행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할 책무를 부담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대통령 윤석열이 이 사건 계엄 및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하여 국회의 활동을 전면 금지하자 국회에 경찰을 배치하여 출입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고, 이로써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에 대한 의결이 지연되었다. 또한, 피청구인은 경찰을 선관위 청사에 배치하여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계엄군의 임무 실행을 지원하였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그 자체로서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고,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도 엄중하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 당시에는 이를 위헌·위법하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여 대통령 윤석열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30년 이상 경찰에 근속한 고위 공직자로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경찰의 임무와 한계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경찰청장인 점, 대통령 윤석열이 이 사건 계엄의 사유로 든 국회의 활동 등은 그 자체로 정당한 비상계엄 선포의 사유가 될 수 없는 사실임이 명백하였던 점, 이 사건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이 국회로 모여 저항하고, 현장에 출동한 군경들도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것은 사회 일반인도 이 사건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점, 피청구인은 대통령 윤석열 등으로부터 이 사건 계엄 관련 지시나 요청을 직접 받는 과정에서 윤석열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한 의도를 알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을 종합하면, 피청구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더욱이,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주장은 경찰청장에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공정과 중립을 지킬 의무를 부여한 헌법 제7조 제1항 및 경찰법 제5조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국가긴급권이 실행되면 헌법적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이 중대하게 침해될 위험이 있으므로, 경찰청장은 대통령에게 지시를 받는 경우 스스로의 지위와 권한에 비추어 그 위헌?위법 여부를 판별하여야 하는바, 이 사건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경찰청장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였음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 경찰청장은 국가경찰사무를 총괄하고, 치안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업무를 관장하며, 13만 명이 넘는 경찰관을 포함한 소속 공무원 및 각급 경찰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에 대한 파면 결정이 가져올 수 있는 국가적 손실이 경미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과 이 사건 포고령의 위헌·위법성을 알면서도 오히려 자신의 지휘하에 있는 경찰들을 동원하여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하고, 경찰 조직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을 상황을 초래하였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법 위반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하여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하여야 할 정도로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청구인을 경찰청장직에서 파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