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를 일시적으로 벗어난 보행자에 대한 운전자의 보호의무 위반 사건
[2024헌마569 불기소처분취소]
헌법재판소는 2026년 5월 21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인이 횡단보도 밖을 통행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횡단보도의 특수성, 위치, 도로 구조물 등에 비추어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피청구인 검사가 청구인을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의‘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의자에 대하여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피해자인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보아,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인용]
□ 사건개요
○ 피청구인은 2024. 4. 5. 피의자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에 대하여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피의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다.「피의자는 2024. 1. 31. 14:15경 차량을 운전하여 서울 서초구 (주소생략) 앞 도로를 ○○역 방면에서 □□도서관 방향으로 우회전하면서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지 아니한 과실로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청구인을 충격하여 청구인에게 약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게 하였다.」
○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제6호의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횡단보도를 따라 보행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피의차량 블랙박스 사고 영상을 보면, 청구인은 횡단보도를 벗어난 지점에서 도로를 횡단하다가 피의차량에 충격당하는 장면이 확인된다. 따라서 청구인을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로 보기 어렵다.」
○ 청구인은 ‘횡단보도 안에 있었고, 가사 사고시점이 횡단보도 안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횡단보도를 통행하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의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은 자신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결정주문
○ 피청구인이 2024. 4. 5.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24년 형제20768호 사건에서 피의자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 이유의 요지
●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보호되는 보행자의 의미
○ 2022. 1. 11. 법률 제18741호로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은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보행자 보호를 강화하여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뿐만 아니라,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운전자에게 일시정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따라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는 의사로 횡단보도를 통행하던 중 외부 요인이나 걸음걸이, 관성 등의 우연한 사정 등으로 인하여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아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이는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의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 해당한다. 또한, 횡단보도 앞에 서서 주위를 살피면서 횡단보도로 들어서는 경우처럼 횡단보도 근처에서 횡단보도를 통행할 의사가 외부로 나타난다면,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의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 해당한다.
● 청구인이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 따른 보행자에 포함되는지 여부 (적극)
○ 기록에 따르면, 청구인은 사고가 발생한 횡단보도(이하, ‘이 사건 횡단보도’라고 한다) 앞 인도에 설치된 자동차진입억제용 말뚝(볼라드) 3개 중 왼쪽에서 두 번째 것과 마지막 것 사이에서 마지막 것 가까이 있었으므로, 이 사건 도로를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청구인은 차량통행여부를 확인하고 도로횡단을 위해 횡단보도가 설치된 부분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해서 횡단보도를 통행하려는 의사를 외부로 표시하였다. 따라서 청구인은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서 규정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의 요건을 충족하였다. 가사 피청구인의 판단과 같이 이 사건 횡단보도에서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더라도, 뒤에서 보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보아서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이러한 사유만으로는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 발생을 부정하기 어렵다.
○ 한편, 이 사건 횡단보도는 도로의 중앙선과 수직을 이루어 설치되지 않고, 청구인 진행방향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설치되어 있으며, 이 사건 횡단보도의 건너편에는 오른쪽으로 인도가 없어 보행자가 이 사건 횡단보도를 건너면 직진할 수밖에 없다. 덧붙여 이 사건 횡단보도 진입 전 오른쪽에는 보행자용 방호울타리가 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은 직진하기 위하여 이 사건 횡단보도 앞에 서서 주위를 살핀 후 이 사건 횡단보도의 오른쪽 끝 부분에서 횡단하기 시작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청구인이 의도적으로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횡단을 시작하거나 횡단보도에서 벗어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또한 청구인의 전체적인 보행방법이 통상적인 경험칙에 비추어 지나치게 이례적인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피청구인의 판단처럼 이 사건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청구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 사건 횡단보도의 구조적 특성상 잠시 이 사건 횡단보도를 벗어난 것에 불과하고, 청구인은 전체적으로 이 사건 횡단보도를 통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고가 이 사건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피의자에게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 따른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를 하여야 할 의무가 발생하였다는 점에는 영향이 없다.
□ 결정의 의의
○ 2022. 1. 11. 법률 제18741호로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은 기존의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뿐만 아니라,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운전자에게 일시정지의무를 부과한다.
○ 이 결정은 보행자 보호 강화의 개정취지를 고려하여,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는 의사로 횡단보도를 통행하던 중 외부 요인이나 걸음걸이, 관성 등의 우연한 사정 등으로 인하여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아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의 보행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