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재산권 · 조세관계에 관한 결정
89헌마38
상속세법 제32조의2의 위헌여부에 관한 헌법소원
별칭 : 명의신탁증여간주 사건
종국일자 : 1989. 7. 21. /종국결과 : 한정합헌
D89m038.hwp
판례집 1권 131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등기를 요하는 재산에 대하여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이를 증여한 것으로 본다는 법규정인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에 대하여 조세회피 목적없이 이루어진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한정합헌결정을 내린 사건이다.
상속세법(1981. 12. 31. 법률 제3474호로 개정된 것) 제32조의2 제1항은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등록·명의개서 등을 요하는 재산에 있어서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14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 날에 실질소유자가 그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 동안 국회의 입법미비에 따라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각종 조세법규를 그때그때의 편의에 따라 개정하고 중요한 조세요건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형식을 취하여 헌법상의 조세법률주의가 퇴색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종전에 조세회피방지라는 미명아래 관행처럼 되어온 각종의 간주규정 내지 행정편의적 과세요건규정이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되었다.
청구인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서울석유주식회사가 토지를 매수함에 있어서 농지매매증명의 취득 곤란 및 매도인들의 등기이전 기피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청구인 명의로 등기이전하였다가 얼마 후에 위 회사 앞으로 다시 등기이전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용산세무서장은 청구인이 위 토지에 관하여 등기부상의 소유명의를 취득한 것은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에 의하여 증여로 간주된다고 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증여의제를 전제로 한 증여세 등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 등 부과처분취소청구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하였다. 청구인은 위 법원에서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함과 동시에 위 상속세법 규정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7인 재판관의 다수의견으로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은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이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등기 등을 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한정합헌결정을 내렸다.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은 납세의무자·과세대상·과세방법 등 중요한 과세요건을 모두 법률로 정하고 있어 형식상으로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어긋남이 없을 뿐만 아니라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을 제3자 명의로 등기한 경우에는 외부적으로 명의상의 소유자가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도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만 그 규정내용에서 다소 불명확하고 결과에 치중한 듯한 표현을 하고 있는 점은 입법목적에 비추어 축소해석 또는 한정해석을 한다면 헌법이 보장한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인 국민의 재산권 보장이나 법적 안정성 내지 예측가능성을 크게 해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세평등주의 및 그 파생원칙인 실질과세의 원칙에 비추어 판단해 보면 위 법률조항은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에 있어서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한 경우에는 그 원인이나 내부관계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증여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예외 내지 특례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그 전제가 되는 조세평등주의 내지 조세정의의 헌법정신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다만 실질소유자와 명의자의 불일치라는 결과만을 중시하여 모든 경우를 막론하고 무차별적으로 증여의제하는 것은 재산권보장의 원리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나 명의신탁이 증여의 은폐수단으로 악용되는 조세현실을 방치할 수도 없고 실질과세의 원칙에 대한 예외규정의 설정이 전혀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명의신탁을 이용한 조세회피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실질과세의 원칙까지 배제하면서 획일적인 증여의제제도를 마련한 것이지만 명의신탁제도는 판례에 의하여 그 유효성이 인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법질서의 일부로서 정착되고 있으므로 전혀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이 실정법상의 제약이나 제3자의 협력거부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득이 명의신탁의 형식을 빌린 경우에도 무차별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한다면 재산권보장을 전제로 한 조세법률주의 또는 평등의 원칙을 전제로 한 조세평등주의의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결과를 낳을 염려가 있다.
결론적으로 위 법률조항은 원칙적으로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에 있어서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한 경우에는 그 등기 등을 한 날에 실질소유자가 명의자에게 그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해석하되, 예외적으로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이 실정법상의 제약이나 제3자의 협력거부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실질소유자와 명의자를 다르게 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이를 증여로 보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하고 이러한 해석하에서만 한정적으로 합헌이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변정수, 김진우 재판관은 위 법률조항은 조세법률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38조, 제59조를 위반하는 위헌규정이라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다. 사후경과
이 결정은 동 법률조항이 세수증대와 조세행정의 편의만을 위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조세회피 목적없이 부득이하게 명의를 넘기는 경우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한데 대해서 제동을 건 것으로 보도되었다(중앙일보 1989. 7. 21.).
이 결정이후 구 상속세법 제32조의2 제1항은 1990년 12월 31일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어 "다만, 타인의 명의를 빌려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것 중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제7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명의신탁에 해당하는 경우 및 조세회피 목적없이 타인의 명의를 빌려 등기 등을 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 조항이 신설되었다.
따라서 조세소송의 실무에서는 조세회피목적의 유무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문제되었으나 1995년 7월 1일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의 시행으로 이른바 '숨은 명의신탁'은 무효이고 따라서 이를 이용한 조세회피라는 것은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게 되어 종래의 증여의제규정은 무의미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후의 상속세및증여세법(1996. 12. 30. 법률 제5193호 전문개정)에서는 차명주식에 한하여 증여로 추정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제43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