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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기본권 및 형사관계에 관한 결정 89헌가118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등에 관한 위헌심판 별칭 : 교통사고 신고의무 사건 종국일자 : 1990. 8. 27. /종국결과 : 한정합헌

D89k118.hwp 판례집 2권 222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그 사고내용을 자진해서 경찰에 신고하도록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등에 대하여 형사책임과 관련되는 사항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사건이다.
도로교통법(1984. 8. 4. 법률 제3744호로 전면 개정된 것) 제50조 제2항은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 등은 경찰공무원이나 경찰관서에 지체없이 사고지점, 사상자수 및 부상정도, 손괴한 물건 및 손괴정도 그밖의 조치상황 등을 신속히 신고하도록 하고 동법 제111조 제3호는 이러한 신고의무를 위반한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의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리하여 당시까지의 교통사고처리관행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정도에 관계없이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관이 올 때까지 현장보존을 해야 하며 출동한 경찰관은 용이하게 사고운전자에 대한 형사소추를 하기 위한 각종 진술청취, 증거수집 등을 할 수 있었다.
제청신청인은 법원에 도로교통법위반 등의 죄로 기소되었는데 그 기소된 내용 중 도로교통법 위반의 요지는 제청신청인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그 사고내용을 경찰에 신고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제111조 제3호의 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제청법원은 제청신청인의 신청에 따라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자기부죄(自己負罪)거절의 권리를 확인하면서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 및 제111조 제3호에 대하여 한정합헌결정을 하였다.
헌법 제12조 제2항이 진술거부권을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는 것은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을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발견이나 구체적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국가적 이익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가치를 보장하고 나아가 비인간적인 자백의 강요와 고문을 근절하려는데 있다. 또한 이러한 진술거부권은 형사절차에서만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행정절차이거나 국회에서의 질문 등 어디에서나 그 진술이 자기에게 형사상 불리한 경우에는 묵비권을 가지고 이를 강요받지 아니할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된다. 따라서 현재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으로서 수사 및 공판절차에 계속중인 자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량의 운전자 등과 같이 장차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에게도 그 진술내용이 자기의 형사책임에 관련되는 것일 때에는 그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자기부죄(自己負罪)거절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또한 진술거부권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고문 등 폭행에 의한 강요는 물론 법률로서도 진술을 강제할수 없음을 의미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 또는 업무상과실재물손괴죄는 과실범으로서 이 과실범의 구성요건은 사고의 일시·장소, 그 사고의 결과로 인한 사상자의 수 및 부상정도, 손괴한 물건 및 손괴정도 등 객관적인 사실만으로도 충족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중요한 양형자료가 되는 것인데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이 이러한 범죄구성요건 및 양형의 요소들을 신고케 하는 것은 사실상 범죄발각의 단서를 제공하고 형사상 자기부죄거절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할 것이다.
또한 위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범위내에서 교통사고의 객관적 내용만을 신고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운영에서는 이 규정이 확대적용되어 형사책임에 관련되는 사항을 질문하거나 진술을 청취하고 그 사고현장을 토대로 증거보전을 위한 실황조서를 작성하는 등 운전자 등의 형사입건을 용이하게 하는 범죄수사의 편의를 위한 도구로 활용됨으로써 운전자 등에 대하여 자신의 형사책임을 추궁당할 위험을 부담시키고 있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헌법상 보장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통계자료에 입각하여 보면 교통질서유지에 필요한 제반여건이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교통사고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점, 그리고 1차 교통사고 발생시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아니함으로 인한 새로운 사고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 등에 비추어 교통사고시 신속한 조치의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현실여건하에서 위 법률조항을 단순위헌으로 선언하여 이를 폐기시킨다면 현대사회의 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교통의 마비를 초래하고 국민생활의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해치고 교통질서를 극도로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형사책임과 관련되는 사항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다.
이에 대하여 변정수 재판관은 위 법률조항은 진술거부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다고 하면서 단순위헌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다. 사후경과
이 결정으로 앞으로도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여전히 사고발생사실을 신고해야 하고 불신고시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신고한 운전자는 현장수습을 나온 교통경찰관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에 대해 진술거부할 수 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사고의 객관적 사실조사와 피해자구호, 교통질서회복 등의 조치 이외에 신고자가 원치 않는 경우 형사소추를 위한 증거조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 교통사고사건의 수사는 사고운전자의 신고사실과는 별도의 증거조사절차를 거쳐 진행되게 되었다.
이 결정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한정합헌의 결론을 내린 것은 순수한 사법적 측면에서 헌법판단을 했다기보다는 현실적인 법적용문제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 합목적적으로 절충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하거나(한국일보 1990. 8. 28.), 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인지했을 때 수사를 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데 신고가 형사범죄의 신고가 아니라고 해서 범죄를 현장에서 조사할 수 없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거나(경향신문 1990. 8. 27.) 또는 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는 현장초동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한 비현실적인 결정이라는(한국일보 1990. 8. 28.) 등의 언론평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헌법규정을 교통사고신고에 있어서도 관철시키고자 한 것으로 그 의의가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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