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기본권 및 형사관계에 관한 결정
91헌마111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한 헌법소원
별칭 : 변호인접견방해 사건
종국일자 : 1992. 1. 28. /종국결과 : 인용(위헌확인),위헌
D91m111.hwp
판례집 4면 51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이 수사관의 개입없이 변호인과 자유롭게 접견할 수 있다는 것을 헌법적으로 확인하면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접견에 교도관을 참여하도록 한 행형법의 규정에 대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한 사건이다.
종래 우리나라의 수사 및 행형관행과 법령은 피의자·피고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인신보호를 위한 사법절차적 기본권을 규정한 헌법의 정신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여 왔다. 대법원은 지난 1990년 9월 25일 변호인의 접견교통을 금지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판결(90도1586)을 내려 수사기관의 불법적인 변호인접견불허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변호인접견은 허용되었지만 변호인접견방식을 둘러싼 시비는 여전히 끊이지 않았다. 구속피의자와 변호인이 접견하는 자리에서 수사관이 입회하여 대화내용을 기록하고 심지어 사진촬영까지 하는 등 자유로운 접견을 방해하여 재야법조계에서는 지속적으로 그 시정을 요구해 왔지만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다.
한편 이러한 변호인접견권 제한의 관행은 일정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행형법(1980. 12. 22. 법률 제3289호로 개정된 것) 제18조 제3항은 수형자의 접견과 서신의 발송은 교도관의 참여 또는 검열을 요하도록 규정하고 동법 제62조는 미결수용자에 대하여 수형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였으며 이에 따른 교도관집무규칙(1986. 12. 10. 법무부령 제291호) 제51조는 재소자의 접견참여시 정복교도관이 재소자 및 접견자의 행동·표정·대화내용 등을 엄밀하게 관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고 피의자유치및호송규칙(1991. 7. 31. 경찰청훈령 제62호) 제34조는 유치인과의 접견에 있어서 유치주무자는 가시거리에서 감시할 경찰관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었다.
청구인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피의사건으로 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하여 구속되어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던 중 1991년 6월 14일 17시부터 그 날 18시 경까지 국가안전기획부 면회실에서 그의 처 및 변호인과의 접견을 하게 되었다. 그 때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 5명이 접견에 참여하여 대화내용을 듣고 또 기록하기도 하고 만나고 있는 장면을 사진을 찍기도 하므로 변호인이 이에 항의하면서 변호인과 피의자의 접견은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청구인과 변호인이 따로 만날 수 있도록 해 줄 것과 대화내용의 기록이나 사진촬영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였으나 수사관들은 무슨 말이든지 마음놓고 하라면서 변호인의 요구를 거절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헌법 제12조 제2항이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들이 청구인의 변호인 접견시에 참여하는 것은 위헌임을 확인하고 행형법 제62조 중 동법 제18조 제3항을 미결수용자의 변호인 접견에 준용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헌법 제12조 제4항이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무죄추정을 받고 있는 피의자·피고인에 대하여 신체구속의 상황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폐해를 제거하고 구속이 그 목적의 한도를 초과하여 이용되거나 작용하지 않게큼 보장하기 위한 것인바, 여기서의 변호인의 조력은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의미한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필수적 내용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과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이고 그 접견교통권이 충분히 보장되기 위해서는 구속된 자와 변호인의 대화내용에 대하여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고 어떠한 제한, 영향, 압력 또는 부당한 간섭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접견이 가능해야 하며 이러한 자유로운 접견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의 접견에 교도관이나 수사관 등 관계공무원의 참여가 없어야 가능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다만 안전기획부 수사관들의 위헌적인 공권력행사는 이미 종료되었기 때문에 이를 취소하는 대신에 위헌적인 공권력의 행사가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는 위험성을 제거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을 명백히 하기 위하여 동 공권력 행사에 대하여 선언적 의미에서 위헌확인을 하고 나아가 그 위헌적인 공권력행사가 위헌법률에 기인한 것임이 인정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5항에 의거하여 행형법 제62조의 준용규정 중 동법 제18조 제3항을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접견에도 준용하도록 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한다.
다. 사후경과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자유로운 변호인접견교통권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어떠한 이유로도 그 제한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앞으로 수사기관의 변호인 접견불허처분이나 변호인 접견개입행위 등은 헌법상 용납될 수 없게 되었다.
이 결정에 대해서는 인신보호를 위한 헌법상의 기속원리에 속하는 무죄추정원칙과 인신보호를 위한 사법절차적 기본권으로서의 불리한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에 관해서 처음으로 그 직접적 효력과 국가작용에 대한 기속력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매우 획기적인 헌법판례로서 우리 인권사에서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하였다는 평가가 있다(허영, 변호인접견제한의 위헌성, 판례월보 1992년 4월호).
이 결정 이후 국회는 1995년 1월 5일 법률 제4936호로 문제된 행형법 규정을 "미결수용자와 변호인(변호인이 되려고 하는 자를 포함한다)과의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하거나 그 내용을 청취 또는 녹취하지 못한다. 다만, 보이는 거리에서 수용자를 감시할 수 있다."고 개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