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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헌가104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등에 대한 위헌심판
별칭 : 군사기밀누설 사건
종국일자 : 1992. 2. 25. /종국결과 : 한정합헌
D89K104.hwp
판례집 4권 64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제7조 및 제10조의 군사기밀의 탐지, 수집 및 누설행위 처벌규정에 관하여 기밀의 누설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는 한정합헌결정을 한 사건이다.
군사기밀보호법(1972. 12. 26. 법률 제2387호) 제6조, 제7조, 제10조는 각각 '군사상의 기밀을 부당한 방법으로 탐지하거나 수집하는 행위', '군사상의 기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자가 이를 타인에게 누설하는 행위', '우연히 군사상의 기밀을 지득하거나 점유한 자가 이를 타인에게 누설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위 법률조항상의 '군사상의 기밀'과 '부당한 방법'의 개념이 불명확하다고 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고 알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1989년 4월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있던 피고인 갑(甲)이 당시 평화연구소 소장으로부터 "국방위 심의자료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비서관으로 있던 피고인 을(乙)을 통해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군 주요사령부 중부권 이전계획'(군사 2급비밀) 등 8건의 자료를 얻어 위 소장에게 건네준 혐의로 갑과 을이 서울형사지방법원에 군사기밀보호법위반죄로 각 공소제기되었다. 소송 계속중 피고인 갑과 을은 위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인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제7조 및 제10조가 헌법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군사상의 기밀과 죄형법정주의의 관계 등을 언급한 다음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제7조, 제10조에 대하여 한정합헌을 결정하였다. 원래 이 사건 평의의 결과는 단순합헌의견 3인, 한정합헌의견 5인, 전부위헌의견 1인으로 의견이 갈렸으나, 한정합헌의견은 질적 일부위헌의견이기 때문에 전부위헌의견도 일부위헌의견의 범위내에서는 한정합헌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 것이라 할 것이어서 이를 합산하면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 소정의 위헌결정정족수인 6인에 도달하였다고 할 것이기 때문에 한정합헌의견이 결정의 주문을 구성하였다.
위 법률에 규정된 '군사상의 기밀'이라는 개념은 그 범위의 광범성이나 내용의 애매성이 문제될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위 법률과 그 하위법령들을 종합해 볼 때 Ⅰ, Ⅱ, Ⅲ급 비밀로 구분되고 각 그에 상응하는 표지를 갖추게 되어 있는 바(군사기밀보호법 제3조 및 동법시행령 제2조 제1항 및 제3조),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어떠한 사항이 군사기밀인지를 외견상 식별하기가 어려워 범법행위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이론상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실제에 있어서는 문제로 제기된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부당한 방법으로 탐지·수집한 자'라는 구성요건은 관계법령이 정하고 있는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한 자를 의미하는 것임이 분명하며, 이러한 내용은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군사상의 기밀보호를 통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목적도 대단히 중요한 것이긴 하나 그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그로 인해 국민의 알권리가 무의미한 것이 되어서는 아니되므로 군사상의 기밀의 범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 내지 알권리의 대상영역을 최대한 넓혀줄 수 있도록 필요한 최소한도에 한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제7조, 제10조의 구성요건인 '군사상의 기밀'은 비공지의 사실로서 관계기관에 의하여 적법절차에 따라 군사기밀로 분류표시 또는 고지된 군사관련 사항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아울러 그 내용이 누설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이 초래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내용자체가 실질적인 비밀가치를 지닌 비공지의 사실에 한하는 것이라고 한정적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그 내용이 명백히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련된 사항(진성비밀)이 아니고 다만 정부의 정치적 이익 내지 행정편의에 관련된 사항(의사비밀 내지 가성비밀)임에 불과할 때에는 군사기밀보호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결국 구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제7조, 제10조는 동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군사상의 기밀이 비공지의 사실로서 적법절차에 따라 군사기밀로서의 표지(標識)를 갖추고 그 누설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에 대하여 변정수 재판관이 전부위헌의견을, 한병채, 최광률, 황도연 재판관이 단순합헌의견을, 조규광 재판관이 보충의견을 제시하였다.
변정수 재판관은 위 법률조항이 군사사상에 대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침해하며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사항을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하고, 한병채, 최광률, 황도연 재판관은 위 법률조항의 개념은 명료하고 구체적이어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한편 조규광 재판관은 한정적 합헌해석은 법률의 해석가능성을 기준으로 하고 한정적 위헌선언방법은 법률의 적용범위를 기준으로 하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차이점은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일종의 부분적 위헌선언이며 실제적인 면에서 그 효과를 달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 결정의 기속력을 갖기 위하여는 이러한 내용이 결정의 주문에 나타나야 하고 이는 부분적 위헌선언으로서의 법적 효과를 가진다는 보충의견을 제시하였다.
다. 사후경과
이 결정에 대해서는 현행 헌법정신에 맞게 우리 실정법체계를 민주화시켜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한 대표적 결정의 하나(이승우,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 등에 대한 헌재결정의 평석, 사법행정 1992년 12월호)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었다.
이 결정 이후 국방부는 이 결정의 취지를 충분히 살린 군사기밀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국회는 동법을 1993년 12월 27일 법률 4616호로 단순개정의 형식이 아닌 전면개정의 형식으로 통과시켰다.
관련부분의 내용을 살피면 우선 제2조에서 군사기밀의 개념을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관련 문서·도화·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으로서 군사기밀이라는 뜻이 표시 또는 고지되거나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행하여진 것과 그 내용'으로 정의하여 기밀의 범위를 상당히 축소시켰다. 아울러 제9조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하여 국민의 '군사기밀공개요청권'을 최초로 신설하였고 이러한 요청에 대해 국방부장관은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거나' '공개함으로써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는 때'에 군사기밀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7조). 그리고 이 사건의 직접적인 심판대상이었던 군사기밀의 탐지·수집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에 있어서는 이전의 '부당한 방법으로' 탐지·수집이라는 구성요건을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탐지·수집으로 변경하였다(제11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