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선거관계에 관한 결정
2003헌마694(병합)
대통령신임투표를 국민투표에 붙이는 행위 위헌확인,
별칭 : 대통령 신임투표 사건
d2003m694.hwp
판례집 15-2(하), 350
【판시사항】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에서 행한 시정연설에서 정책과 결부하지 않고 단순히 대통령의 신임 여부만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힌 것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려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에 해당하여야 하는바, 피청구인인 대통령의 발언내용 및 이를 전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청구인의 발언의 본의는 재신임의 방법과 시기에 관한 자신의 구상을 밝힌 것에 불과하며, 정치권에서 어떤 합의된 방법을 제시하여 주면 그에 따라 절차를 밟아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어서 이는 법적인 절차를 진행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사전 준비행위 또는 정치적 계획의 표명일 뿐이다.
2. 국민투표라는 것은 대통령이 그 대상이 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국민투표안을 공고함으로써 비로소 법적인 절차가 개시되므로, 공고와 같이 국민투표에 관한 절차의 법적 개시로 볼 수 있는 행위가 있을 때에 비로소 법적인 효력을 지닌 공권력의 행사가 있게 되고, 그러한 법적 행위 이전에 국민투표의 실시에 관한 정치적 제안을 하거나 내부적으로 계획을 수립하여 검토하는 등의 조치는 일종의 준비행위에 불과하여 언제든지 변경·폐기될 수 있다.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이 된 피청구인의 발언만으로는 국민투표의 실시에 관하여 법적인 구속력 있는 결정이나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 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하여 국민들의 법적 지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3. 그렇다면 비록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서 국회 본회의의 시정연설에서 자신에 대한 신임국민투표를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고와 같이 법적인 효력이 있는 행위가 아니라 단순한 정치적 제안의 피력에 불과하다고 인정되는 이상 이를 두고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에 대한 취소 또는 위헌확인을 구하는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의 반대의견
1. 피청구인의 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
가. 국민투표의 실시를 결정하는 것은 피청구인의 독자적 권한인바, 피청구인이 국회에서의 시정연설을 통하여 국민 앞에 공표한 것은 국민투표에 관한 단순한 준비행위나 의견표명 내지 정치적 제안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고,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등과 같은 완곡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의 발언의 전체적 맥락은, 헌법 제72조에 규정된 국민투표의 요건을 폭넓게 해석하면 신임국민투표도 가능하므로 이를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피청구인의 결단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으므로 피청구인의 공표행위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명백한 의사결정을 대외적으로 표시한 것에 해당한다.
나. 피청구인의 공표행위는 전체로서 일련의 포괄적 절차를 이루고 있는 국민투표 실시라는 커다란 절차의 도입부를 구성하는 것으로서, 그 진지성이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 국민투표안의 공고가 아직 없다고 하더라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피청구인이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임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행위는 위헌이며, 이로 인하여 국민들의 참정권 등의 기본권이 침해된다.
가. 헌법은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대의제를 원칙으로 하면서, 헌법 제72조 및 제130조 제2항에서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과 '헌법개정안'에 관하여 국민투표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예외적으로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나.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여 피청구인에게 국민투표부의권을 부여하면서, 국민투표의 대상을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으로 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의 '중요정책'은 '구체적이고 특정한 정책'을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대통령의 임기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헌법 제70조나 궐위사유를 한정적으로 규정하는 헌법 제68조 제2항 등 헌법규범에 비추어볼 때,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임여부는 헌법 제72조의 '중요정책'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라. 역사적으로 볼 때 다수의 국가에서 집권자가 국민투표를 통하여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물음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이용한 사례가 허다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헌법은 제72조의 국민투표의 대상을 명시적으로 '정책'에 한정하고 이로써 국민투표가 역사상 민주주의의 발전에 해악을 끼친 신임투표가 되어서는 아니될 것임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마.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이미 지난 선거를 통하여 획득한 자신에 대한 신임을 국민투표의 형식으로 재차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제를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위헌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며, 이로 말미암아 국민이 국민투표를 통하여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국가권력의 행사과정에 정당하게 참여하는 것이 침해되고, 이로써 국민의 한 사람들인 청구인들의 참정권 내지 국민투표권과 정치적 의사표명을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가 침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