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등 정신적 자유에 관한 결정
2002헌바49
방송법 제74조 위헌소원
별칭 : 방송사업자의 협찬고지(announcement of sponsors) 제한 사건
종국일자 : 2003. 12. 18. /종국결과 : 합헌
d2002b049.hwp
판례집 15-2(하), 502
가. 사건의 배경
협찬고지란 방송사업자가 방송제작에 관여하지 않는 자로부터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받고 그 협찬주의 명칭 또는 상호 등을 방송으로 고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방송법에 의하면, 방송사업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이러한 협찬고지를 할 수 있으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 위 규정에 위반하여 협찬고지를 한 자는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방송법시행령은 법령 또는 방송위원회규칙에 의하여 방송광고가 금지된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자가 협찬하는 경우에는 방송사업자가 협찬고지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담배 및 흡연과 관련된 광고는 방송위원회규칙에 의하여 방송광고가 금지되어 있다.
민영방송사업자인 청구인은 방송프로그램에서 담배 판매·제조업체인 한국담배인삼공사를 협찬주로 고지한 것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위반되었다는 이유로 방송위원회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게 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 중 6인의 다수의견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는데,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다수의견의 요지
(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의 위배 여부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이 사건에서 협찬고지의 본질은 협찬주가 협찬이라는 명목으로 협찬주의 명칭 또는 상호, 이미지 또는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프로그램 등에 재원을 보조한다는 점에서 상업광고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으므로 실정법상 광고방송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협찬고지를 민영방송의 운영에 필수적인 재원조달수단의 하나로 보장하는 한편, 그 허용범위를 벗어난 협찬고지를 규제하는 근거를 마련하여 협찬주 등의 사적 이익이 방송프로그램의 상업성을 부채질하거나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해할 우려를 방지하여 건전한 방송문화 정착과 광고질서 확립을 통하여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기하고 나아가 방송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협찬고지의 본질과 입법목적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의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여질 협찬고지의 내재적 허용범위는 실정법상 광고방송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건전한 방송문화 및 광고질서 확립을 통하여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기하고 나아가 방송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범위로 한정될 것이다. 그러므로 청구인과 같은 방송사업자가 당해사건의 협찬주인 구 한국담배인삼공사와 같이 방송광고가 금지된 담배 등의 상품이나 용역을 제조·판매하는 자로부터 협찬을 받거나 협찬고지할 수 없음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자는 방송사업자로서, 관련 방송법 규정에 의하여 해당 방송사업의 허가나 승인 등을 받으면서 그 사업운영의 영역을 형성, 규율하는 관련 방송법규의 내용을 숙지하여 협찬고지의 허용범위가 대체로 어떠한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고 할 것이다.
또한, 방송의 기술성·전문성 및 다양성·급변성 등에 비추어 협찬고지의 허용범위를 미리 법률로 상세하게 정하기는 입법기술상 어려운 반면 시대상황 등에 능동적·탄력적인 대응을 하기 위하여 행정입법에 위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협찬고지를 방송운영의 자유의 한 부분으로서 허용하는 동시에 그 허용범위를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방송사업자의 주관적 권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형성에 의하여 비로소 성립된다. 이러한 형성적, 허용적 규정의 경우에는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구 정도가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거나 제한할 소지가 있는 법규보다는 완화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의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여질 협찬고지의 허용범위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한정된다는 점에서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자의 위임에 의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여질 협찬고지의 허용범위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기본권 침해 여부
방송의 자유는 주관적 권리로서의 성격과 함께 신문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의견형성이나 여론형성을 위해 필수적인 기능을 행하는 객관적 규범질서로서 제도적 보장의 성격을 함께 가진다. 입법자는 광범위한 입법형성재량을 갖고 방송체제의 선택을 비롯하여 방송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직적, 절차적 규율과 방송운영주체의 지위에 관하여 실체적인 규율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입법자가 방송법제의 형성을 통하여 민영방송을 허용하는 경우 민영방송사업자는 그 방송법제에서 기대되는 방송의 기능을 보장받으며 형성된 법률에 의해 주어진 범위 내에서 주관적 권리를 가지고 헌법적 보호를 받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협찬고지는 그 본질이 방송운영에 특유한 광고방송의 한 종류에 속하는 것으로서 그에 대한 규율은 방송의 형성에 속하는 사항이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방송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방송사업의 운영을 규율하는 형성법률로서, 협찬고지를 민영방송사업의 운영에 필수적인 재원조달수단의 하나로 보장하는 한편 그 허용범위를 제한함으로써 방송사업자뿐 아니라 시청자 및 방송관련종사자 등 각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헌법상 방송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규제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민영방송사업의 수익성을 부인할 정도로 영업활동에 대한 제한을 가하거나, 민영방송사업자의 사적 자치에 의한 결정을 박탈하는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므로 헌법상 기본원리를 준수하고 있으며, 그 입법형성의 재량의 범위 내에서 행해졌다고 볼 수 있어 헌법에 합치된다.
협찬고지에 관한 방송사업자의 방송운영의 자유, 방송의 자유, 광고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등 주관적 권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형성을 통해서 비로소, 그리고 오로지 형성된 기준에 따라 성립되는 것이므로 기본권 제한이나 침해를 내포하지 않고, 따라서 또 다른 헌법적 정당화를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2) 반대의견의 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방송의 운영을 위하여 필요한 협찬 및 그에 따른 협찬고지를 대통령령에 의하여 규율되는 범위 내에서 허용하고자 하는 관점' 외에는 입법위임의 구체적 목적이나 범위를 파악할 수 있는 다른 어떠한 관점도 시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입법목적으로부터는 행정부가 위임받은 입법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준수해야할 어떠한 지침이나 기준을 끌어낼 수 없다. 또한 비록 협찬고지가 상업광고의 한 형태라고는 하나, 광고와 협찬고지는 그 성격상 본질적으로 상이한 것으로서 협찬고지에는 방송광고와는 다른 방식에 의한 규제가 필요하다.
더욱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위반하여 협찬고지를 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법법규는 아니라 하더라도 기본권 제한의 효과가 크므로 위임의 명확성에 대하여 형법법규에 버금가는 엄격한 요구를 해야한다. 또한 협찬고지가 협찬을 받고 그 협찬주의 명칭 또는 상호만을 고지하는 것에 불과하여, 규율대상이 사회현상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사실관계를 포함하는 것도 아니므로 입법자가 허용기준의 대강을 스스로 정함에 있어서 입법기술상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되므로 위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