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헌마289.hwp 판례집 17권1집
【사건의 배경】
행형법시행령은 교도소의 수용자에 대한 징벌인 금치처분을 받은 자에 대하여 금치 기간 중 집필을 금지하고 있다. 청구인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중 다른 수용자의 폭행을 이유로 금치 1월의 징벌처분을 받자 그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과 청원서의 작성을 위한 집필 허가를 신청하였으나 불허되자, 이러한 규정이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와 평등권 및 청원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6 : 3의 의견으로 이 사건 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다수의견
가. 이 사건 조항은 금치처분을 받은 수형자에 대하여 집필을 전면 금지하여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므로 법률의 근거와 위임이 필요하다.
행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금치’의 개념으로부터는 징벌실 수용이라는 특수한 구금형태만을 추단할 수 있을 뿐이고, 금치의 구체적인 효과나 집행 방법에 대해 명시적인 규정이나 하위 법령에 위임하는 규정을 두지 않아서, 집필의 전면적 금지라는 처우의 내용이 확정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행형법 제33조의3은 제1항에서 ꡒ수용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 집필을 할 수 있다.ꡓ고 규정하면서 그 예외 사유로 집필의 내용이 교도소 등의 안전과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또는 기타 교화상 부적당한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금치 처분을 받은 자에 대해 집필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법률의 규정에 비해 가중된 제한을 하고 있고 법률이 내용을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는 집필 불허 사유와는 전혀 다른 사유로 집필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 제2항은 ꡒ집필용구의 관리, 집필의 시간․장소, 집필한 문서 등의 보관 및 외부제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ꡓ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집필이 허용됨을 전제로 하여 구체적인 집필의 실행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규정을 하위 법령에 위임한 것이므로 금치 기간 동안 집필을 금지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로 삼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조항은 금치처분을 받은 수형자의 집필에 관한 권리를 법률의 근거나 위임 없이 제한하는 것으로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된다.
나. 집필은 개인적인 행위로서 교도소의 질서와 안전의 유지에 어떤 위험을 줄 수 있는 행위가 아니며, 금치처분의 이유인 규율위반과의 관련성도 희박하다. 집필행위 자체는 허용하면서 집필시간을 축소하거나, 집필의 횟수를 줄이거나, 예외적인 집필 허용사유를 한정하여 집필을 제한하는 방법 등을 통해 입법목적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항은 금치 기간 중에는 집필을 무조건 금지하여 집필의 목적과 내용 등을 묻지 않고, 또 대상자에 대한 교화 또는 처우상 필요한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일체의 집필행위를 금지하고 있어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최소한의 제한이라는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2. 재판관 3인의 반대의견
가. 행형법 제33조의3 제1항은 집필을 허가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일정한 경우에는 집필이 허용되지 않을 수 있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같은 조 제2항이 집필의ꡐ시간ꡑ, ꡐ장소ꡑ, ꡐ집필용구의 관리’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이 사건 조항에 대한 법률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조항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수용자는 이미 집필에 대해 상당 정도 제한을 받고 있는데, 규율을 위반하여 가장 중한 징벌인 금치 처분을 받은 경우 종전에 제한적으로 누려오던 자유를 더욱 좁히거나 박탈하는 것을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대부분의 필기구는 남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자해의 도구로 사용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집필 금지는 교도소 내 안전과 질서 유지와 관련되며, 집필이 금지되는 금치 기간은 최장 2개월로 한정되고 실제로는 30일을 한도로 하고 있어 그 기간이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금치 기간 동안 집필이 불허되는 불이익에 비해 교도소의 질서와 안전의 유지, 수용자의 교정․교화라는 공익은 더욱 크다.
한편 이 사건 조항은 금치 처분의 위법성을 직접 다투기 위해 필요한 서류 작성을 하는 경우 등에는 집필을 이미 허용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