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지원사업 배제 지시 사건
<헌재 2020. 12. 23. 2017헌마416 특정 문화예술인 지원사업 배제행위 등 위헌확인>
이 사건은 대통령 및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이, 야당 소속 후보를 지지하였거나 정부에 비판적 활동을 한 문화예술인이나 단체를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① 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를 수집·보유·이용한 행위와 ② 문체부 산하 기관으로 하여금 해당 개인이나 단체를 문화예술인 지원사업에서 배제하도록 한 지시 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한 결정이다. |
【사건의 배경】
2013. 9. 경부터 2014. 5.경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대통령 비서실장과 비서관들은 이른바 좌편향 인사 및 단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의 축소·배제를 계획하였다. 그 과정에서 정부 지원 배제 대상 명단을 문체부에 하달하였다.
2014. 5. 경부터 문체부는 대통령비서실에서 전달받은 지원배제 명단과 국정원에서 받은 명단 등을 취합해 가면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계속 보완하였고, 여기에 포함된 개인·단체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였다.
문체부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직원들에 대하여, 각종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청구인들을 배제하라고 지시하여 그 지원을 차단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피청구인들의 행위가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표현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7. 4. 1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청구인 대통령의 지시로 피청구인 대통령 비서실장, 정무수석비서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야당 소속 후보를 지지하였거나 정부에 비판적 활동을 한 문화예술인이나 단체를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1) 청구인 윤◆◆, 정◈◈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를 수집·보유·이용한 행위(이하 ‘이 사건 정보수집 등 행위’라 한다)와, (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청구인들을 각 [별지 2] 기재와 같이 문화예술인 지원사업에서 배제하도록 한 일련의 지시 행위(이하 ‘이 사건 지원배제 지시’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결정의 주요내용】
1. 이 사건 정보수집 등 행위
이 사건 정보수집 등 행위는 야당 후보를 지지하였거나 정부를 비판한 개인의 의사표시에 관한 정보를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정치적 견해는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의사표시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 범위 내에 속한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도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견해를 표현한 내용에 관한 정보도 두텁게 보호되어야 한다. 국가가 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를 수집·보유·이용하는 행위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므로 이를 위해서는 법령상의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가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수권하는 법령상 근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정보수집 등 행위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
나아가, 이 사건 정보수집 등 행위는 야당 후보자를 지지하였거나 정부를 비판한 자에 대한 문화예술 지원을 차단하는 위헌적인 지시를 실행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그 목적의 정당성도 인정할 수 없어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공권력 행사이다.
2. 이 사건 지원배제 지시
? 표현의 자유 침해
이 사건 지원배제 지시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한 자에 대하여 문화예술 지원 공모사업에서의 공정한 심사 기회를 박탈하여 사후적으로 제재를 가한 것이다. 이는 개인 및 단체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집권세력의 정책 등에 대하여 정치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또한, 표현행위자의 특정 견해, 이념, 관점에 근거한 제한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해로운 제한이다. 그런데 이 사건 지원배제 지시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그 목적 또한 정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가진 청구인들을 제재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므로,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 평등권 침해
이 사건 지원배제 지시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한 자를, 그러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지 않은 다른 자와 구별하여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하여 차별적으로 취급한 것이다.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에 따라, 정부는 문화의 다양성·자율성·창조성이 조화롭게 실현될 수 있도록 중립성을 지키면서 문화를 육성하여야 한다. 그런데 개인이나 단체의 정치적 견해를 기준으로 이들을 문화예술계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것은 자의적인 차별행위로서 평등권을 침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