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헌법재판소장 퇴임사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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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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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5
퇴 임 사
친애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반갑
고, 이제 여러분들과 헤어지게 되니 섭섭합니다.
1959년 3월 대학을 졸업한 뒤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사법관시보로 임명
되어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40년 이상 한 직업인 재판관으로 재직하다가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6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정들었던 헌법재판소를 떠나
게 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긴 세월동안 속된 표현으로 "대과없이" 맡겨진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건강
과 능력을 허락하여 주신 하나님께, 그리고 저의 오늘이 있기까지 키워주시고
가르쳐주시고 보살펴주시고 사랑하여 주신 부모님, 선생님, 아내를 비롯한 가
족, 선배·동료·후배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사랑
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으면서 살아가기로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그렇게 쉬울지 모르겠습니다.
초대 조규광 헌법재판소장님을 비롯한 여러분 재판관님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헌법재판소를 최고의 헌법기관으로 정착시킨 업적을 이어받아, 헌
법재판소를 보다 굳건한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는 결의와 각오로 헌법재판소
장으로 취임한 이래, 저는 항상 우리 사회가 지향하여야 될 방향을 염두에
두고 헌법재판이 활성화 되도록 노력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워낙 능력이 모
자라고 헌법재판에 대한 식견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까닭으로 헌법재판소장
으로서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지 않았나 미진하고 아쉬운 점이 적
지 않습니다만, 양심과 인격을 걸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였기 때문에 후회
는 없습니다.
저의 재직중에 헌법재판소가 그 소임대로 무엇인가 업적을 이룩한 것이 있
다고 한다면, 이는 오로지 동료 재판관들과 연구관·사무처 직원 여러분들의
열성과 노고의 결과라고 생각하여, 그동안 우리 헌법재판소를 위하여 헌신적
인 노력을 아끼지 아니하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치하의 말씀을 드
림과 아울러 평생동안 제 마음의 빚으로 새겨두겠습니다. 또 혹여 제가 저지
른 허물로 인하여 여러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히거나 실망을 드린 일이
있더라도 이제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새로 취임하게 되실 헌법재
판소장님을 비롯한 재판관님들과 더불어 합심하여 최선을 다한다면, 헌법이
살아 움직이는 생활규범으로 국민들 속에 자리잡게 됨은 물론,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지배하는 진정한 민주·법치국가를 이룩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
하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헌법기관으로서, 온 국민과 모든 국가기관의 신뢰와
존경을 받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저는 저와 함께 동고동락하신 김문희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재판관과 함께 헌법재판소를 떠나 갑니다만, 마음만은 항상
헌법재판소와 함께 하면서 미력이나마 힘을 보탤 것입니다.
저는 헌법재판소장으로 재임하였던 지난 6년간을 저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보람이 있었던 기간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막중한 직
책을 대과없이 마무리하고 이처럼 영예롭게 공직생활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각계 각층의 국민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
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헌법재판소의 무궁한 발전과 아울러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
운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0년 9월 14일
헌법재판소장 김 용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