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사건
<헌재 2021. 2. 25. 2017헌마1113등 형법 제307조 제1항 위헌확인 등>
이 사건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307조 제1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
【사건의 배경】
1. 2017헌마1113 사건의 청구인은 2017. 8. 27. 반려견의 치료를 받았는데, 부당한 진료를 받아 반려견이 불필요한 수술을 하고 실명 위기까지 겪게 되었다고 생각하여 반려견의 치료를 담당하였던 수의사의 실명과 잘못된 진료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307조 제1항으로 인해 이를 공연히 적시할 수 없게 되자, 위 청구인은 위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2017. 10. 6.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18헌바330 사건의 청구인은 2016. 2. 14.경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2018. 1. 26. 부산지방법원에서 명예훼손죄로 벌금 500,000원을 선고 받았다. 위 청구인은 상고하여 대법원에서 재판 계속 중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2018. 6. 28. 기각되자, 위 법률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18. 7. 30.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조항】
이 사건 심판대상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 제1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함)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결정의 주요내용】
1.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오늘날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는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외적 명예의 특성상,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되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개인의 명예, 즉 인격권을 보호하고 있다.
명예는 사회에서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므로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우열은 쉽게 단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이 인정되는 입법례와 달리 우리나라의 민사적 구제방법만으로는 형벌과 같은 예방효과를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입법목적을 동일하게 달성하면서도 덜 침익적인 수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처벌하지 아니’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형법 제310조의 적용범위를 넓게 해석함으로써 형법 제307조 제1항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명예훼손죄가 공적인물과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만약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고려하여 형법 제307조 제1항을 전부위헌으로 결정한다면 외적 명예가 침해되는 것을 방치하게 되고, 그로 인해 어떠한 사실이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性的 志向)·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우려하여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사실’을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일부위헌 결정을 할 경우에도,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과 ‘그렇지 않은 사실’ 사이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또 다른 위축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과 더불어, 헌법 제21조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타인의 명예와 권리’를 그 한계로 선언하는 점, 타인으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법률상 허용된 민·형사상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채 사적 제재수단으로 명예훼손을 악용하는 것을 규제할 필요성이 있는 점, 공익성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타인의 명예가 허명(虛名)임을 드러내기 위해 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공연히 적시하는 것은 자유로운 논쟁과 의견의 경합을 통해 민주적 의사형성에 기여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4인 재판관 반대의견의 요지】
1.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고 국민의 알권리에 기여하는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불가피하더라도 그 제한은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 제21조 제4항 전문은 ‘타인의 명예’를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 선언하고 있으나 같은 항 후문에서 명예훼손의 구제수단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명시할 뿐이므로, 헌법이 명예훼손에 대한 구제수단으로 형사처벌을 당연히 예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표현의 자유의 중요 기능은 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인데, 감시·비판의 객체가 되어야 할 공직자가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주체가 될 경우 국민의 감시·비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형사처벌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행위로 보기 어려워 행위반가치를 인정하기 어렵고,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손상되는 것은 잘못되거나 과장된 허명에 불과하므로 결과반가치도 인정하기 어렵다.
사실 적시 표현행위로부터 외적 명예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피해자로서는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와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이므로, 제3자가 이를 이용하여 공적인물·공적사안에 대한 감시·비판을 봉쇄할 목적으로 고발을 남용함으로써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에 대해서도 형사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전략적 봉쇄소송(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마저 가능하게 되었다.
향후 재판절차에서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일단 형법 제307조 제1항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것이 확실한 이상, 자신의 표현행위로 수사·재판절차에 회부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축효과는 발생할 수 있고, 이후 수사·재판절차에서 마주하게 될 공익성 입증의 불확실성까지 고려한다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이와 더불어, 진실한 사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2. 일부위헌 결정의 필요성
진실한 사실은 공동체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 진실발견의 전제가 되므로, ‘적시된 사실이 진실인 경우’에는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인의 명예보다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둘 필요성이 있다. 또한 헌법 제17조가 선언한 사생활의 비밀의 보호 필요성을 고려할 때, ‘적시된 사실이 사생활의 비밀이 아닌 경우’에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인의 명예보다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둘 필요성이 있다. 이와 함께 법률조항 중 위헌성 있는 부분에 한하여 위헌선언하는 것이 입법권에 대한 자제와 존중에 부합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형법 제307조 제1항 중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