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죄 ‘반의사불벌죄’ 사건
<헌재 2021. 4. 29. 2018헌바113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3항 위헌소원>
이 사건은,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는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3항 중 제2항에 관한 부분이 형벌체계의 균형과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사안이다. |
【사건의 배경】
청구인은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의 명예훼손죄),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의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정하지 아니하고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3항에 대해 위헌제청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위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조항】
이 사건 심판대상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제3항 중 제2항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것)
제70조(벌칙)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결정의 주요내용】
형법 제312조 제1항은 ‘사자명예훼손죄’(형법 제308조)와 ‘모욕죄’(형법 제311조)를 친고죄로 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심판대상조항은 ‘정보통신망법상 거짓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이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의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함으로써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 및 공소제기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문제된다.
형사소추의 형태는 공소제기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따라 국가소추주의와 사인소추주의로 분류된다. 우리 형사소송법 제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국가소추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소추주의는, 공소제기의 적정과 균형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있다. 한편,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 등의 의사를 존중함으로써 국가형벌권 행사에 제한을 두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국가소추주의 원칙의 예외 내지 제한의 의미를 갖는다. 국가소추주의의 예외 내지 제한으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를 인정하더라도, 어떤 범죄를 친고죄로 정하고 어떤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할 것인지는 범죄 피해의 중대성과 사회적 해악성, ‘공소권을 행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과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공소권 행사를 제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할 수 있는 문제로서 입법부에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이다.
형법상 모욕죄·사자명예훼손죄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외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모욕죄’는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 사실이 아닌 추상적 판단과 감정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사자명예훼손죄’는 생존한 사람이 아닌 사망한 사람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라는 점에서 각 불법성이 감경되는 반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거짓사실을 적시한다는 점에서 행위불법과 결과불법이 가중된다는 차이가 있다.
친고죄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면 고소가 있어야 수사 및 형사소추가 개시될 것이므로 피해자의 의사를 폭넓게 존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피해자가 범죄자의 보복 또는 사회적 평판이 두려워 고소를 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 반면 반의사불벌죄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면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 및 형사소추가 개시되어 범죄자의 손해배상과 합의를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도 고소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 개시됨으로써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느 한쪽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반드시 합리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에 입법자는, 위와 같은 사정과 함께, 공소권 행사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공소권 행사를 제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형량하여 그 친고죄·반의사불벌죄 여부를 달리 정한 것이므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한 심판대상조항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