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25r1.hwp 제37권1집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선출 재판관 임명부작위 사건
<헌재 2025. 2. 27. 2025헌라1 국회와 대통령 간의 권한쟁의>
청구인 국회는 2024. 12. 26. 본회의 의결로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을 선출하였다. 피청구인 대통령 권한대행 기획재정부장관은 2025. 1. 1.자로 그 중 2명을 재판관으로 임명하면서도 나머지 한 명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아니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이 나머지 1명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아니한 부작위는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청구인의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하였다. |
【사건의 배경】
1. 국회(청구인)가 선출하고 2018. 10. 18. 대통령이 임명한 3인의 재판관은 2024. 10. 17. 임기만료로 퇴임하였고, 국회는 위 재판관들의 후임 재판관을 선출하여야 했다. 2024. 12. 9. 국회 내 교섭단체 중 더불어민주당이 2인을, 국민의힘이 1인을 재판관으로 각 추천하였고, 이에 따라 재판관 선출안 제안,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거쳐 청구인은 2024. 12. 26. 본회의에서 3인에 대한 재판관 선출안을 의결하였다.
2. 한편 국회는 2024. 12. 14. 대통령에 대하여, 2024. 12. 27. 국무총리에 대하여 탄핵소추를 의결하였고, 이에 따라 대통령, 국무총리의 권한행사가 정지되어 기획재정부장관(피청구인)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되었다. 피청구인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2025. 1. 1.자로 2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였으나, 나머지 1인(마은혁)은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아니하였다.
3. 이에 청구인은 2025. 1. 3. 피청구인이 마은혁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아니한 행위가 청구인의 재판관 선출권과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임을 확인하는 결정 및 마은혁이 재판관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거나 피청구인은 마은혁을 즉시 재판관으로 임명하여야 한다는 결정을 구하는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4. 청구인은 2025. 2. 14. ‘대한민국 국회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마은혁 선출안 의결을 관철하기 위한 권한쟁의심판청구(2025헌라1)를 지지하고, 국회의 청구와 소송행위가 유효?적법한 행위임을 재차 확인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마은혁 임명 촉구 결의안(대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였다.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피청구인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청구인이 2024. 12. 26.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은혁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아니한 부작위(이하 ‘이 사건 임명부작위’라 한다)가 청구인의 헌법 또는 법률상 권한을 침해하는지 여부(이하 이 부분 심판청구를 ‘권한침해확인 청구 부분’이라 한다) 및 ② 청구인이 2024. 12. 26.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은혁이 재판관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는 결정을 할 수 있는지 여부 또는 피청구인은 마은혁을 즉시 재판관으로 임명하여야 한다는 결정을 할 수 있는지 여부(이하 이 부분 심판청구를 ‘지위확인 등 청구 부분’이라 한다)이다.
【결정의 주요내용】
1. 지위확인 등 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
지위확인 등 청구는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마은혁에 재판관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결정을 하여 달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부작위가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을 침해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그 권한침해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일정하게 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상 근거가 없다.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 및 제2항이 예정하지 아니한 방식의 결정을 구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 권한침해확인 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심판청구 중 권한침해확인 청구 부분은 이미 2024. 12. 26. 본회의 의결로 이루어진 청구인의 재판관 선출에 기초한 것으로, 청구인은 위 본회의 의결을 통해 청구인의 헌법상 권한인 선출권 행사에 관한 의사를 결정한 점,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국무총리가 여야합의가 확인되어야 청구인이 선출한 사람을 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하자 청구인은 2024. 12. 27. 본회의에서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하였는데, 이는 청구인의 선출권이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국무총리에 의하여 침해되었음을 위 본회의 의결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이 부분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의 구성에 관한 헌법질서의 침해를 회복하기 위하여 헌법적 해명을 할 필요성이 큰 점 등을 종합하면, 국회의장이 청구인을 대표하여 제기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그 제기 여부를 독립된 안건으로 하여 본회의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법하게 제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헌법 제111조 제2항과 제3항이 9인의 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되 그 중 3인은 청구인이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하도록 한 것은, 입법부?행정부?사법부가 헌법재판소 구성에 동등하게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고, 헌법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사명으로 하는 헌법재판소가 중립적인 지위에서 헌법재판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국민의 대표기관인 청구인으로 하여금 헌법재판소의 구성에 관여하도록 한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제고하려는 데 그 근본적 의의가 있다. 이와 같은 헌법 제111조 제3항의 문언이나 그 취지에 비추어보면, 헌법이 재판관 임명과 관련하여 청구인에게 부여한 선출권은 헌법재판소 구성에 관한 독자적이고 실질적인 것으로서, 대통령은 청구인이 재판관으로 선출한 사람에 대하여 임의로 그 임명을 거부하거나 선별하여 임명하는 등 청구인이 선출한 사람을 실질적으로 심사하여 재판관 임명 여부를 결정할 재량권이 없으며, 다만 헌법 제111조 제2항과 헌법재판소법 제5조에서 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재판관으로 선출되거나 그 선출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임명을 보류하고 재선출을 요구할 수 있다.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그의 권한인 동시에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구성되어 헌법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중립적인 지위에서 헌법재판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헌법상 의무이기도 하므로, 대통령 또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은 청구인이 재판관으로 선출한 사람이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서 정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그 선출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없는 한 그 사람을 재판관으로 임명할 헌법상 의무를 부담한다.
(3) 청구인이 2024. 12. 26. 재판관으로 선출한 3인은 위와 같은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고, 또한 선출과정에 위와 같은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피청구인은 위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여 재판관의 공석 상태를 해소하여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현재까지도 청구인이 재판관으로 선출한 3인 중 1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헌법상 구체적인 작위의무의 불이행에 해당한다.
피청구인은 관행에 따르면 여야합의가 필수적인데 이를 확인할 수 없어 임명을 보류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청구인의 주장과 같은 특정한 내용의 추천방식이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는 없고, 또한 이 사건에서 청구인의 재판관 선출에 관한 절차가 의회민주주의 원칙에 의한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4) 대통령 또는 그 권한대행이 자신에게 재판관 임명권이 있음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청구인이 선출한 사람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청구인에게 부여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형해화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 사건 임명부작위는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청구인의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다.
【재판관 3인의 권한침해확인 청구 부분에 대한 별개의견 요지】
이 사건 심판청구 중 권한침해확인 청구 부분이 적법하고, 이 사건 임명부작위가 청구인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결론에 대해서는 법정의견과 뜻을 같이하나, 국회의장이 청구인을 대표하여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 위해서 본회의 의결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법정의견의 논리에는 찬성할 수 없다.
권한침해확인 청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본회의 의결이 있어야 하므로, 그와 같은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청구는 부적법한 것으로서 각하를 면할 수 없다. 그러나 청구인이 심판계속 중 본회의에서 이 부분 심판청구를 추인하는 의사가 표시된 결의안을 가결함으로써 이 부분 청구는 사후적으로 적법하게 되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청구인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 선출된 의원으로 구성되므로, 국회의 구속력 있는 결정은 선출된 의원 전체로 구성되고 의원 모두가 참여하는 본회의에서 내려져야 한다. 헌법과 법률은 청구인이 다른 국가기관 등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경우에 관하여 의사결정 절차 내지 요건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49조, 국회법 제109조에 따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이에 관하여는 법률에 그 요건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한 예외를 인정할 수 없고, 설령 예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충족하는 때에만 인정하여야 한다. 법정의견이 설시하는 사유는 헌법상 예외를 인정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